자연의 아름다움
따뜻한 이야기 2007/06/07 18:04 룸메랑 수업을 같이 듣는 경우가 많다보니, 자연스레 같은 길을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걷는 시간이 많습니다. 얼마 전에 제가 룸메에게 물었죠. "너는 길가에 아름답게 피어난 꽃들을 보면 아무런 감흥이 없냐?"고 말입니다...그랬더니 "응, 별로."라고 하더군요. 대신에 천5백만원짜리 진품 분재를 구분한 적이 있다나 뭐래나..;;
어렸을 때 서울 강남의 삭막한 아파트단지에 살면서도, 철따라 피어나는 민들레, 제비꽃과 각종 이름을 알 수 없는 들풀들, 땅바닥을 기어다니는 곰개미들은 저의 길벗이었고, 저는 지금도 항상 마음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혹시 아시는지요? 잔디도 꽃이 핀다는 걸. 매년 이맘때쯤 잔디밭을 낮은 각도에서 잘 보면 꺼뭇꺼뭇한 색이 나타나는데, 다름이 아니라 잔디의 꽃대가 검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절기가 변할 때마다 주변의 식물들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자세히 관찰해보면 재밌는 것들이 많습니다. 단풍나무의 꽃이 열매가 되어 팔랑팔랑 돌면서 떨어지는 모습이라든지, 플라타너스의 씨앗이 땅바닥에서 이리저리 치이며 흩어지는 모습, 막상 씨는 없다는 참나리의 수줍은 꽃대, 어렸을 때 할아버지 집에 가면 있었던 대추나무의 설익은 초록 대추들.
저는 아무리 바쁜 프로젝트-_-를 하러 가는 길이라고 해도, 살갗에 닿는 바람결과 그에 맞춰 흔들리는 풍성한 나뭇잎들, 사각사각 거리는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즐거워집니다. 무던히도 생명력을 뽐내는 식물들을 보면 말이죠. 식물과 곤충들로부터 얻는 아름다움은 제 그림의 단골 소재가 되어왔고, 최근에 그린 작품들도 그와 관련이 있습니다.
자신의 주변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찾는다면, 하다못해 콘크리트 틈새에 피어난 못생긴 민들레 한 송이라도 관심을 가지면 색다른 세상이 보일 겁니다. 저는 자연을 사랑한다는 것이 다른 거창한 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 이런 소소한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왜 사람들은 그런 아름다움을 모르는 걸까요? 단지 관심이 없어서일까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연을 사랑했으면 좋겠습니다. ^^
ps. Needlworks 팀의 역할 구조도 그렇고 홈페이지 디자인도 그렇고 제가 좋아하는 식물과 곤충에 컨셉이 맞춰져 있는 것도 우연은 아닌 것 같군요. :P
비표준화 작업
머리아픈 이야기 2007/06/07 16:44W3C의 웹 표준화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불과 1년하고도 몇 달 정도이다. 실제 몸소 체험하게 된 계기는 태터툴즈 블로그를 만나면서 이고, 그 이후로 웹 표준화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쉽지 않은 압박감을 가지고 있다. 태터툴즈 스킨을 몇 개 만들어 봤지만 어찌 그리 표준화 작업이 어려운지 애 먹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여러 스킨들을 만들어 내시는 스킨메이커분들이 존경스러울 다름이다.
얼마 전부터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 생각지도 않은 웹사이트 개발 업무를 시작했고, 얼떨결에 참여까지 하게 된 케이스이고, 정말 하기도 싫은 jsp로 구현을 해야 한다. 참한 디자이너도 없는 그렇다고, 컬러 감각이 뛰어난 개발자도 없는 팀으로, 정말 난감한 상황이다. 현재 60%의 공정이 진행되고 있지만, 말 그대로 90년대 말 홈페이지처럼 단순하게 컬러링 했고, 나름대로 웹 표준에 맞추려고 무단히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 웹 쪽과는 담을 쌓고 있는 실정이고, 웹 표준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런 상황에서 나름 웹 표준에 맞춘다고 하는 것이 정말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 듭니다. 그래도 블로그라도 운영하는 내게 "조금 맞춰보지 그러나.."라며 말을 하는 팀선배의 말에 표준에 맞춰보고는 있지만... 역시나 웹 표준은 가까이 있음에도 멀리 있음을 깨닫게 합니다. 웹 표준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도록 한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 듯 합니다.
몇 달 전인가? 회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현재의 홈페이지에 대한 웹 표준성에 대해 팀장에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IE전용에 그 외의브라우저에서는 전혀 말을 듣지 않는 홈페이지 입니다. 왜 이 상태로 내버려두냐고 하니 "대부분 IE만 쓰잖어"라고 말합니다."그렇지만... 기타 등등에도 사용성이 용이해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한후 여태까지 처리가 안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시점에서 앞으로 남은 40%의 공정을 어찌 맞춰가야 할지 걱정입니다.
이 기회를 통해 웹 표준이라는 어려운 일을 매번 해결해주시고 계시는 graphittie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혼란 / 태터툴즈 프로젝트를 회고하며
머리아픈 이야기 2007/06/07 00:34지나가는 이야기.
어떤 일이든 시간이 지나면 역사가 생긴다. 태터툴즈도 돌아보면 3년이 넘은 프로그램이고 프로젝트이다. (위키백과에 정리되어 있는지 모르겠지만) 정재훈님이 시작한 프로그램이 '태터앤 컴퍼니'라는 회사를 탄생시키고, 이후에 다시 GPL로 공개되면서 '태터앤 프렌즈'라는 사용자 커뮤니티가 개발에 참여하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데이터 형태의 개인 창조물이 창조자가 아닌 기업에 일방적으로 종속되는 것을 반대하는 '태터 네트워크 재단'이라는 개념이 이야기 되며 개발의 대부분을 담당하게 되고, '태터 네트워크 재단'의 주장을 펼치기 위한 구심점이 약한 점을 개선하고자 니들웍스가 구성될 때 까지 거의 쉬지 않고 달리고 있는 중이다.
태터툴즈가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현상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중 한가지는 단지 3년간의 변화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업계'의 기나긴 역사를 굉장히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는 점이다. 개인의 "필요"가 소프트웨어가 되고, 그러한 "필요성"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사용자가 늘어나게 되면 회사가 생기게 된다. 이후 사용자 참여와 우군을 확보하기 위하여 GPL을 선택하게 되고, 자발적으로 사용자 중 개발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생기게 된다. 이후 기업은 엔터프라이즈 사업, 서비스 사업 또는 기존의 기술에 기반한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며, 오픈 소스 프로젝트는 커뮤니티에 맡겨지고 기업과 공생관계를 맺게 된다.
저 과정의 중간 단계에서 사라지거나 지지부진해지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들이 많다. 필요성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개발을 전담하는 기업 또는 조직이 생기지 않을 경우, 사용자의 필요성을 계획성있게 적당한 시기에 반영하지 못하게 된다. GPL을 선택하지 않고 소스 단계에서 공개될 수 밖에 없는 스크립트 언어 기반의 프로그램을 공개할 경우 사용자 참여 대신 소스를 다른 기업등에 넘겨주기만 하는 자선단체가 된다. 프로그램이 공개된다는 특징 때문에 적당한 시기에 이를 기반으로 할 새로운 사업을 찾지 못할 경우 기업의 존폐가 영향을 받게 된다. 오픈 소스 진행 주체가 명확해지지 않으면 새로운 사업에 집중하는 기업의 리소스 부족과,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그에 비례하여 늘어나는 요구사항을 컨트롤하기가 힘들어지게 되고, 적어지는 사용자 참여로 인하여 프로젝트가 죽게 된다.
그 과정을 태터툴즈는 훌륭하게 넘어왔고, TNF/니들웍스, TNC는 그 다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초창기부터 태터툴즈를 사용해왔고, GPL과정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처음 불만을 터뜨렸었고, 지금은 태터툴즈/텍스트큐브가 삶의 한 부분이 된 사람으로서 지난 3년 (그리고 그 중 15개월) 은 여러 의미가 있다. 태터툴즈의 개발 과정과 주체, 변화가 저렇게 속도감을 가지고 달려온 저변을 생각해본다.
'타산지석'이라는 말이 있다. 많은 오픈 소스 프로젝트들의 명멸이 태터툴즈의 방향을 정해 나가는 것에 도움이 되었다. 많은 프로젝트들이 있지만 로드맵을 세워 나가며 많이 고려했던 프로젝트는 '페도라', '모질라' 와 '베릴' 프로젝트였다. 그 셋은 각기 다른 굉장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 구태여 설명하는 것이 사족일 정도이다.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도움이 되지만 특히 그 세 프로젝트들의 생성과 진행, 역사는 '거대한 목표를 가진 프로젝트' 가 어떠한 시점에 어떠한 결단이 필요한지에 대한 통찰의 재료가 된다. 프로젝트들의 실패나 느려짐이 어떠한 상황에서 발생했었는지, 어떨 때 프로젝트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흘렀는지에 대한 예는 찾아보면 끝이 없다. (역시 이야기하는 것이 사족이 될 것이다.) 적당한 타이밍에 다음 단계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태터툴즈를 '도구를 넘어선 어떤 것'으로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제 얼마 후면 공식적으로 태터툴즈는 텍스트큐브의 모태가 되며 텍스트큐브 1.5가 태터툴즈를 대체하게 될 것이다. 그 결단을 내리기 위해서 고려해야 했던 수많은 시나리오와 가능성이 있다. 수많은 이름 상의 혼란, 기존에 만들어진 브랜드의 포기, 개발 주체들의 관계에 대한 수많은 억측의 가능성등, 어떤 시나리오도 부작용이 없는 경우가 없었다. 하지만 수많은 다른 프로젝트의 예들에서 얻은 결론이 그래야 할 순간이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결정했다.
텍스트큐브로 이름을 바꾸는 것은 단순히 이름의 변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혼란을 충분히 감내해야 할 이유가 뒤에 자리잡고 있다. 간단하게는 외국인들에게 '태터툴즈'가 가지는 영어 어감이 좋지 않음에 대한 지적이 여러번 있어왔다거나 하는 실질적인 이유가 있다. 그렇지만 네이밍의 변경이 의도하는 것은 개발 주체와 상표의 재정의, 그리고 그로 인한 의미가 정확히 전달되는 것이다.
태터툴즈는 TNC의 상표이다. 로고는 상표권이 있고, 엄밀하게 로고와 트레이드 마크는 GPL은 아니다. 설사 TNC가 해당 상표를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하더라도 전체 소스 코드의 얼굴이 되는 상표는 소속이 있는 상태이다. 텍스트큐브로 전환하며 그 부분에 대한 메세지를 내부에 담으려고 하고 있다.
텍스트큐브 로고는 GFDL로 배포될 것이다. (국내 상표의 경우 자유로운 상표 사용을 위하여 TNC를 통해 등록 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나라는 개인이 '리눅스'를 상표등록해서 소송 걸기도 하는 나라 아닌가.) 공개되는 소스는 이제 상표까지 온전히 GPL을 따르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데비안 패키징을 시도해보지 못했던 이유[footnote]GPL 하에서 데비안 패키징을 하기 위해서는 GPL의 결격 사항이 없어야 한다.[/footnote]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 과정을 통해서,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시작을 밟아 나가려고 한다. 당장은 복잡해 보이는 과정이겠지만 실은 더 간단해 지기 위한 시작이며, 태터툴즈-이젠 텍스트큐브-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만이 아니라 프로그램에 대한 소유감과 함께 애정과 책임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지나가는 이야기라 하고서 너무 오래 머물렀다. 이제 그만 저장하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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