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분류없음 2007/10/18 16:28 by gofeel

가끔씩 잊어버리는 진리가 있습니다.

시작이 있으면 언젠가는 끝도 있다는 것이지요. 시작과 끝, 탄생과 죽음, 서장과 종장.....

사실 끝이 있다는 사실을 잊기 보다 더 쉽게 잊게 되는 사실은 언젠가 시작이 있었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현재 나를 감싸고 있는 많은 것들은 사실 어느 시점엔가 나와의 관계를 맺기 '시작'하였고 현재 나와 이렇게 관계 맺고 있는데, 모든 것은 너무 당연하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시작도 끝도 잊은체 언제나 영원히...

그러기에 끝은 언제나 안타깝습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진리이지만 애써 잊고 있던 두가지 진실 - 시작과 끝 - 을 만나는 것은 언제나 어색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도로시 밴드)

(c)홍작가 2007.. http://hongjacga.com/




안녕 도로시 밴드~ 그동안 그대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너무 즐거웠어요. :)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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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feel입니다.
Needlworks에서는 사람들과 만나며 많은 이야기를 듣고 이걸 Creator에게 일거리로 만들어 넘기는 Balancer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못 넘기면 결자해지도 합니다.
재미난 사람들과의 재미있는 수다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부담없이 접근해 주세요. :)
http://bringbring.com

2007/10/18 16:28 2007/10/18 16:28

DOS의 추억

즐거운 이야기 2007/10/18 10:39 by J.Parker

그렇게 더웠던 여름이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기운이 감도는 계절 가을입니다.
이맘 때 즈음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추억 떠울리기를 하게 됩니다. 계절 탓인지 따뜻한 커피 탓인지 모르겠지만 이 시기엔 추억들이 새록새록 생겨나더군요.

이번 추억거리는 모르시는 분 없는 DOS(Disk Operating System)입니다.
처음 컴퓨터라는 것을 알았을 땐 초등학교 시절 발명반이라는 명목으로 생각도 안나는 컴퓨터를 봤었고, 정말 컴퓨터에 빠지게 된 건 고등학교 시절 같은 반 친구 집에 놀러 갔을때 친구 녀석이 모니터 커버를 벗겨 내면서 인듯합니다.

친구 녀석 방에 가서 얼마전 아빠가 사주셨다면서 "이것이 모니터라는 거야"라며 친구 녀석이 거만하게 보여주고, 그다음 본체 파워를 켠 후 시커먼 화면에 커서가 '껌뻑~ 껌뻑' 하는 것을 보여주며 "이것이 도스라는 거야 들어봤어 처음 보지" 하는 것입니다. 거기까지는 아무것도 아녔고, 드디어 그 녀석이 키보드를 따다닥 아니 독수리 타법으로 뭔가 명령어를 내렸습니다. 다름 아닌 'dir'입니다. 그 순간 속으로 "이건 뭐지 저 목록들은 또 뭐야" 하며 감탄을 했고, 그 후 녀석은 웃으면서 'dir/w, cls' 보여주며 거만한 자세 하고 그냥 웃지요 였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 이런 것이 컴퓨터구나" 하면서 정말 감탄의 연속이었고, 내 생에 해봐야 하겠다는 목록의 1위로 올라서게 된 것입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컴퓨터는 살 수도 없고, 나중에라도 꼭 사용하겠다는 신념 하나로 일명 '연습용 종이 키보드'를 사서 줄곧 연습에 연습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언 젠가 영화에서 어떤 요원이 컴퓨터의 키보드를 정말 빠르게 치는 모습을 보고 저 정도 해야 컴퓨터 좀 하겠다 생각하여 그 당시 유명한 타자 연습 프로그램인 추억 속의 '한메타자'로 연습을 매우 많이 했던 기억도 납니다. 처음엔 100타 넘기도 어려웠는데 점점 좋아졌었고, 군대 전산병으로 입대 후 최고 기록은 800타를 넘은 적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욕 나오는 전산병=워드병 ㅠ.ㅠ)
사용자 삽입 이미지

군대 있을 때 까지 대부분 DOS에서 작업 했던 것 같습니다. 제대하기 전 윈도우 95가 보급 되었지만 확 밀어버리고 그냥 DOS로 섰었고, 본격적인 윈도우 모드는 제대 후 1년 후 였던 것 같습니다. (술과 친한 시간이었기에 ~~)

가끔 DOS prompt의 껌뻑대는 커서를 보고 있으면 예전 현란하게 명령어를 쳐내던 기분 좋은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네요.

ㅇ 추억속에 빠져 보시겠어요?
- 한메타자 도스용 : http://www00.zdnet.co.kr:88/i/microsit ··· htt2.zip
- 한메타자 윈도우용 : http://data.ktrwa.or.kr/data2/pds4/TTWinst.exe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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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J.Parker입니다. Needlworks의 Creator이며, 블로그 200% 활용을 위한 플러그인을 주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블로그와 함께 숨쉬는 그날까지 언제나 화이팅입니다.^^;
# 블로그 : http://create74.com

2007/10/18 10:39 2007/10/18 10:39

자연과학의 궁극적인 질문?

머리아픈 이야기 2007/10/13 01:15 by daybreaker

제목이 뭔가 거창합니다. -.-;
오늘 전산물리학개론 수업 시간에 제 주제 발표가 있었습니다. Mandelbrot Set Visualization Technique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Mandelbrot 자체보다는(사실 매우 진부한 주제지요) colorizing 기법 및 parallel computing 응용 가능성에 관한 것이 중심 내용이었지요. 저 전에도 한 명이 발표했는데, 고전역학에서 나오는 Lagrangian을 Noether theorem을 이용하여 discrete하게 해석하는 방법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두 발표에서 모두 교수님이 공통적으로 물어보신 질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Recursion이 Real World의 자연 현상을 완전하게 기술할 수 있느냐라는 것이었죠. 참 말은 간단한데 답하기는 어려운 질문입니다.

Recursion이란 재귀적인 정의, 즉 자기 자신을 통해 자기 자신의 다음 상태가 정의되는 것을 뜻하는데, 프로그래밍에서는 함수가 자기 자신을 호출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과학과 공학에서는 미분방정식 형태로 나타납니다. 수학에서 무한이라는 개념에 다다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지요. 현재 주류 자연과학·공학의 근간을 이루는 수많은 미분방정식과 time-seriese 모델들은 결국 recursion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런 질문을 한다는 것은, 현재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수많은 모델들이 어떤 근본적인 문제를 갖고있지 않나 의문을 제기하는 셈입니다. 결국 과학이라는 건 사람이 관찰할 수 있는 범위가 확장됨에 따라 같이 발전되어 왔고,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를 보아도 관찰 가능한 범위 내에서만 미래를 말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지금 가장 최전선에 있다는 양자역학이나 끈이론도 결국 우리가 사는 현실을 모두 대변해주지는 못하지요. 교수님은 거기에서 우리가 놓친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교수님이 주로 econophysics 분야에서 일하시기 때문에 증시라든가 선물거래와 같은 경제 현상을 물리학적으로 분석하면서 이론과 현실의 괴리를 많이 경험하셔서 이런 질문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자신도 그에 대한 통찰을 얻기 위해 많이 노력하신 것 같지만, 혹시나 수업에서 학생들의 재치있는 답변이 나오지 않을까 내심 기대를 하시는 것 같기도 합니다.

물리학에서 자연을 모델링해나가는 방법과, 우리가 사는 현실 사회를 모델링하는 방법이 반드시 같아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자연을 모델링해나가는 방법들이 좋은 도구로써 발전되어 있기 때문에 단지 그것을 사용하는 것 뿐이지, 교수님 말로는 실제로 이익이 창출되는 critical한 부분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단지 교수님이 econophysics에 계시기 때문에 하는 편향된 질문일 수도 있지만, recursion이 과연 자연을 궁극적으로 설명하는가 하는 문제 자체는 깊이 생각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안 그래도 요즘 오토마타 수업 시간에 recursion을 자주 다루면서 그 파워에 대해 실감하고 있거든요. 정반대의 관점을 함께 보고 있다는 것은 즐거우면서 한편 골치아픈 일입니다.

과학에서 나온 recursion에 기반한 모든 이론들도, 애초에 사람이 만들어낸 것들입니다. 매우 그럴싸하고 일정 범위까지는 아주 잘 들어맞는다 하더라도 그것이 궁극적인 진리라고 확신할 수도 없고 확신해서도 안 됩니다.  Recursion을 처음 생각해낸 사람은 누구였을까요? 미적분을 발견한 라이프니츠와 뉴턴도 recursion에 대한 의문을 가졌을까요? 어쨌거나 확실한 것은 없습니다. 확실하다고 여겨질 뿐인 거죠.

수리물리 시간에 Stewart 교수님이 항상 요구하시는 것은, 미리 예습을 통해 지식을 많이 쌓아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수업 시간에 다루는 수학들이 근본적으로 다른 nature가 무엇인지를 항상 끊임없이 고민하라는 것입니다. 오토마타 시간에 최 교수님이 항상 요구하시는 것은, 책과 자신의 PT·강의자료를 항상 끊임없이 의심하고 그 안에서 진짜 nature를 발견하라는 것입니다. 전산물리 시간에 고 교수님이 항상 요구하시는 것은, 우리가 배우는 이론들이 real world를 잘 설명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것을 위해 modeling한 것을 어떻게 하면 빠르게 테스트해볼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해보라는 것입니다. (OS 시간은... 음.... 열심히 삽질해보라입니다. -_-a)

일련의 수업들을 들으면서 뇌에 아주 신선한 자극을 받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다른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과학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을 보면서 단지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진정 자기의 문제가 되고 고민이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학자가 평생 가지고 가는 고뇌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이해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다만 그것이 고뇌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삶의 원동력이 되어야겠죠.)

세상을 둘러보면 단순한 지식과 정보로는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일들이 여러 스케일에 걸쳐 일어납니다. 예전에 뉴턴이 한 말이었던가요? "나는 수많은 모래가 있는 모래사장에서 예쁜 조약돌 하나를 주웠을 뿐이다." 이 말이 실감나는 요즘입니다.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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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breaker(아침놀)입니다. 현재 KAIST 전산학과에 재학 중이며 전산 외에도 물리, 음악, 건축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Needlworks 내에서는 각종 홈페이지 제작 및 서버 관리 등과 함께 Textcube 개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 : http://daybreaker.info

2007/10/13 01:15 2007/10/13 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