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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 되찾기

머리아픈 이야기 2007/07/03 22:37 by daybreaker

초등학교 1학년 때, 빨간 유리색연필 하나를 준비하지 못한 것 때문에 담임 선생님이 회초리를 든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모든 반 아이들과 선생님이 보는 앞에서 외쳤습니다. 이것은 내가 잘못한 것에 비해 부당한 처벌이라고.

중학교 2학년 때, 국어시간에 문법을 배우는 단원에서, 문법 규칙마다 항상 예외가 보이길래 매 시간 선생님께 수많은 질문을 퍼부었습니다. 그러자 주변 아이들은 진도 안 나간다며 잘난 척하지 말라고 절 비난했습니다. 국어 선생님은 절 인정해주시면서도, '교만'을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말해주셨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거치면서 저는 항상 자만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설령 제가 아는 것일지라도 그것을 항상 다 표현하지 않았지요.

물론 자만하지 않아야 된다는 것, 교만을 떨지 말아야 한다는 것 자체는 지금도 지키고자 하는 신조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 생각도 듭니다. 나 자신을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자만과 교만의 기준이 바뀌어야 할 때가 왔습니다. 아직도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지만, 앞으로 만들어갈 가치관에 대해서는 분명한 의사를 표현할 줄 알아야 할 겁니다.

저는 제가 살고 있는 이 한국 사회에 과연 '나'라는 존재가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공교육에서 요구하는 뭐든지 다 잘해야 하는 전인적인 인간상, 조직과 회사를 개인보다 더 중시하는 문화에서 비롯된 열악한 근무 환경과 노동 조건, 너도 나도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학원으로 내몰고 있는 영어/외국어 열풍, 옛날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존재하는 선진국에 대한 사대적 태도.

'우리'라는 말은 정겹고 따뜻한 말이지만, 이것이 '나'를 상처받게 해서는 안 됩니다.
옳고 그름은 분명히 따져야 합니다. 권위와 지위에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복종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한국 사회에서 이것을 지켜가기는 너무나 어렵습니다. 잘못하면 주변 사람들이 다 떠나갈 수도 있지요. 이 문제에 대해, 자신의 주관에 대해 자신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이해 수준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옆에 있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지적 사춘기를 시작하면서, 가끔은 반항적인 모습이 나타나는 것도 용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기 시작하면 자연히 그 안으로 들어오려는 다른 사람들과 마찰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이것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기술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이제는 제 생각을 관철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어렸을 때 가지고 있던 고집을 다시 되살려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해야겠습니다.

인 것은 인 것이고 아닌 것은 아닌 것이지요. 이것을 잘 구분하는 한국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어렸을 때부터 억눌려왔던 제 자신의 본성을 찾고, 이것을 사회화 과정의 긍정적인 산물로 활용하고 싶습니다.

ps. 저희 집에는 부득이한 사정 등으로 성당에 빠졌을 경우, 고해성사를 보기 전까지 성체를 모시지 않는 암묵적인(?) 룰이 있는데, 얼마 전부터 저는 그 룰을 깼습니다. 교리 상 그럴 이유도 없을 뿐더러 미사에 다른 사람들이 줄서서 나가는 것을 비켜주느라 신경쓰는 등의 일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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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breaker(아침놀)입니다. 현재 KAIST 전산학과에 재학 중이며 전산 외에도 물리, 음악, 건축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Needlworks 내에서는 각종 홈페이지 제작 및 서버 관리 등과 함께 Textcube 개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 : http://daybreaker.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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