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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의 궁극적인 질문?

머리아픈 이야기 2007/10/13 01:15 by daybreaker

제목이 뭔가 거창합니다. -.-;
오늘 전산물리학개론 수업 시간에 제 주제 발표가 있었습니다. Mandelbrot Set Visualization Technique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Mandelbrot 자체보다는(사실 매우 진부한 주제지요) colorizing 기법 및 parallel computing 응용 가능성에 관한 것이 중심 내용이었지요. 저 전에도 한 명이 발표했는데, 고전역학에서 나오는 Lagrangian을 Noether theorem을 이용하여 discrete하게 해석하는 방법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두 발표에서 모두 교수님이 공통적으로 물어보신 질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Recursion이 Real World의 자연 현상을 완전하게 기술할 수 있느냐라는 것이었죠. 참 말은 간단한데 답하기는 어려운 질문입니다.

Recursion이란 재귀적인 정의, 즉 자기 자신을 통해 자기 자신의 다음 상태가 정의되는 것을 뜻하는데, 프로그래밍에서는 함수가 자기 자신을 호출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과학과 공학에서는 미분방정식 형태로 나타납니다. 수학에서 무한이라는 개념에 다다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지요. 현재 주류 자연과학·공학의 근간을 이루는 수많은 미분방정식과 time-seriese 모델들은 결국 recursion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런 질문을 한다는 것은, 현재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수많은 모델들이 어떤 근본적인 문제를 갖고있지 않나 의문을 제기하는 셈입니다. 결국 과학이라는 건 사람이 관찰할 수 있는 범위가 확장됨에 따라 같이 발전되어 왔고,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를 보아도 관찰 가능한 범위 내에서만 미래를 말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지금 가장 최전선에 있다는 양자역학이나 끈이론도 결국 우리가 사는 현실을 모두 대변해주지는 못하지요. 교수님은 거기에서 우리가 놓친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교수님이 주로 econophysics 분야에서 일하시기 때문에 증시라든가 선물거래와 같은 경제 현상을 물리학적으로 분석하면서 이론과 현실의 괴리를 많이 경험하셔서 이런 질문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자신도 그에 대한 통찰을 얻기 위해 많이 노력하신 것 같지만, 혹시나 수업에서 학생들의 재치있는 답변이 나오지 않을까 내심 기대를 하시는 것 같기도 합니다.

물리학에서 자연을 모델링해나가는 방법과, 우리가 사는 현실 사회를 모델링하는 방법이 반드시 같아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자연을 모델링해나가는 방법들이 좋은 도구로써 발전되어 있기 때문에 단지 그것을 사용하는 것 뿐이지, 교수님 말로는 실제로 이익이 창출되는 critical한 부분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단지 교수님이 econophysics에 계시기 때문에 하는 편향된 질문일 수도 있지만, recursion이 과연 자연을 궁극적으로 설명하는가 하는 문제 자체는 깊이 생각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안 그래도 요즘 오토마타 수업 시간에 recursion을 자주 다루면서 그 파워에 대해 실감하고 있거든요. 정반대의 관점을 함께 보고 있다는 것은 즐거우면서 한편 골치아픈 일입니다.

과학에서 나온 recursion에 기반한 모든 이론들도, 애초에 사람이 만들어낸 것들입니다. 매우 그럴싸하고 일정 범위까지는 아주 잘 들어맞는다 하더라도 그것이 궁극적인 진리라고 확신할 수도 없고 확신해서도 안 됩니다.  Recursion을 처음 생각해낸 사람은 누구였을까요? 미적분을 발견한 라이프니츠와 뉴턴도 recursion에 대한 의문을 가졌을까요? 어쨌거나 확실한 것은 없습니다. 확실하다고 여겨질 뿐인 거죠.

수리물리 시간에 Stewart 교수님이 항상 요구하시는 것은, 미리 예습을 통해 지식을 많이 쌓아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수업 시간에 다루는 수학들이 근본적으로 다른 nature가 무엇인지를 항상 끊임없이 고민하라는 것입니다. 오토마타 시간에 최 교수님이 항상 요구하시는 것은, 책과 자신의 PT·강의자료를 항상 끊임없이 의심하고 그 안에서 진짜 nature를 발견하라는 것입니다. 전산물리 시간에 고 교수님이 항상 요구하시는 것은, 우리가 배우는 이론들이 real world를 잘 설명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것을 위해 modeling한 것을 어떻게 하면 빠르게 테스트해볼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해보라는 것입니다. (OS 시간은... 음.... 열심히 삽질해보라입니다. -_-a)

일련의 수업들을 들으면서 뇌에 아주 신선한 자극을 받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다른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과학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을 보면서 단지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진정 자기의 문제가 되고 고민이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학자가 평생 가지고 가는 고뇌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이해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다만 그것이 고뇌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삶의 원동력이 되어야겠죠.)

세상을 둘러보면 단순한 지식과 정보로는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일들이 여러 스케일에 걸쳐 일어납니다. 예전에 뉴턴이 한 말이었던가요? "나는 수많은 모래가 있는 모래사장에서 예쁜 조약돌 하나를 주웠을 뿐이다." 이 말이 실감나는 요즘입니다.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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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breaker(아침놀)입니다. 현재 KAIST 전산학과에 재학 중이며 전산 외에도 물리, 음악, 건축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Needlworks 내에서는 각종 홈페이지 제작 및 서버 관리 등과 함께 Textcube 개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 : http://daybreaker.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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