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과 선생님

분류없음 2007/05/10 01:29 by gofeel

언제나 5월은 참 애매합니다. 봄도 아니고 여름도 아닌 것이 마음만 심숭생숭하지요. 이제 일년도 절반이 가까이 흘러가고 각종 성적표나 통장같은 갖가지 숫자들로 나를 돌아 보지만 마음에 들지 않고 심술만 납니다. 전 올해 심술이 더더욱 심하네요. :'(


전 5월만 되면 하나의 단어가 머리속에서 맴돕니다. 잠시잠시 잊고 지내지만 달력을 보면 그리고 날짜를 말할때 마다 차츰차츰 생각나는 단어는 가슴속의 무거움으로 언제나 다가 옵니다. 5월이구나 올해도 이렇게 5월을 맞이 하는구나 하면서 말이죠. 왜 그런가를 이야기 하려면 제 중/고등학교 시절에 대해 이야기해야 합니다.


중/고등학교시절의 5월은 참 묘한 시절이었습니다. 스승의 날이 있는 달이고 중간고사에서 해방되는 시기이고 각종 행사들이 이어지는 시기니 활기가 학교에 넘치는 시기였지만, 한쪽에 남아있는 내려앉는 분위기 그리고 그 어두운 느낌은 5월 학교를 언제나 감싸곤 했습니다."5월" 단순한 단어 하나에 모든 것들이 다 어두어지곤 했지요.


내려앉는 분위기는 그 날이되면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그 날이 되면 선생님들은 대부분 수업보다는 자신과 자신의 주변사람들이 겪었던 그 날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시곤 했습니다. 다양한 연령대 많큼이나 다양한 경험들을 이야기 하셨는데, 우리는 그 날에 대한 관심 보다는 수업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열심히 듣곤 햇습니다. 어느해에는 처음 그 날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TV에서 방영되자, 선생님께는 TV를 틀라고 하시며, "너희는 오늘 수업을 들을 필요가 없다. 저 다큐를 보고 너희 자신을 알아라."라고 하셔서 결국 오전내내 다큐만 보기도 했었습니다.


그 날에 대해서 그 나이에 이해하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왜 그런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겠고, 왜 그리 쉬쉬해야하는지 왜 그렇게 어둡게만 남아있는지, 도청앞 골목에 걸려있던 그 사진과 사람들은 다 누구인지도..... 가장 어려웠던 것은 과연 누가 진짜 나쁜사람인가 이었습니다. 지금은 이해하기 함들지만 크면 더 공부하고 그 날에 대해서 알려야겠다던 다짐했건만 그 다짐들은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비겁한 핑계들과 함께 잊혀졌습니다.

시간이 흘러 또다시 5월이 되었습니다. 그 시절의 다짐과 선생님에 대한 추억이 다시 또 제 가슴을 무겁게 합니다.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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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feel입니다.
Needlworks에서는 사람들과 만나며 많은 이야기를 듣고 이걸 Creator에게 일거리로 만들어 넘기는 Balancer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못 넘기면 결자해지도 합니다.
재미난 사람들과의 재미있는 수다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부담없이 접근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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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10 01:29 2007/05/10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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