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의 연속성
머리아픈 이야기 2007/05/21 10:18오늘도 머리아픈 이야기로 아침을 여는(응?) lifthrasiir입니다. 졸리네요.
최근 세 달동안 다양한 일들 때문에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한달에 보름을 밤을 샌다고 생각하면 맞을 정도로 바쁩니다. 제가 하고 있는 일은 다양한 것들이 있습니다만 이 세 달동안 저를 계속 괴롭혔던 건 역시 학교 숙제와 프로젝트...였습니다. (강의를 너무 잘못 골라서 모든 과목이 빡쎄답니다.)
그런데 제 부모님께서 제가 이렇게 사는 걸 아시면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새벽 한 시부터 세 시까지는 꼭 자라!"부모님의 주장(?)에 따르면 이 시간대에 잠을 안 자면 아무리 잠을 많이 자도 피곤하다고 하던데, 그게 실제로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건진 모르겠습니다. 뭐 좋은 얘기죠.
그런데 제가 잠을 일찍 못 자는 이유는 사실 학교 일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닙니다. 정 시간이 부족하면 밥 먹을 때도 하고 수업 할 때도 하고 하면 되죠. 그런데도 잠을 늦게 잘 수 밖에 없는 건 작업의 연속성때문에 그렇습니다. 한 번 시작한 일은 어느 특정한 수준(milestone)에 도달할 때까지는 손에서 떼어 놓을 수 없다는 게 작업의 연속성의 결과이지요.
프로그래밍 같은 쪽에 인연이 없으신 분을 위해 간단한 예를 하나 들어 보겠습니다. 제가 블로그에 올릴 글을 막 쓰고 있는데 내용이 좀 깁니다. 그래서 중간까지 쓰다가 졸려서 내일 이어서 쓰자라고 생각하고 잠에 듭니다. 잠에서 깼을 때 제가 어디까지 썼는지, 어떤 내용을 앞으로 쓸 것인지, 내가 무슨 문체로 글을 쓰고 있으며 어떤 의도를 가지고 글을 쓰고 있는 건지 기억할 수 있을까요?
좀 많이 힘들 겁니다. 글 쓰기 뿐만 아니라 프로그래밍 같은 다른 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이 일을 중단하고 다시 시작했을 때 이 일을 하는 데 필요한 내용들이 내 머릿속에 남아있을 지 보장할 수 없습니다. 혹시나 내가 꿈에서 로또 번호를 봐서 앗싸 좋구나 하고 로또를 사고 돌아 오면 글에 대한 생각은 싹 사라졌을 지도 모릅니다. (물론 로또 1등 하면 글 같은 거 쓸 이유도 없긴 하지만)
불연속성은 종종 사람들의 생활을 바꾸고 사회를 바꾸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 수단은 원래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음성은 그 순간에만 유효한 수단이고, 그 순간이 지나면 음성을 다시 들을 방법이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불연속성이고, 결국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계속 보존할 수 있는 매체인 종이가 등장하고 내용을 적기 위한 프로토콜인 문자가 생겼지요. 마찬가지로 유선 전화는 돌아다니면서 쓸 수 없기에 무선 통신이 고안되었고 휴대폰이 쓰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일의 연속성은 순전히 인간의 사고에 상당히 의존하기 때문에, 인간의 사고를 정확하게 보존하고 다시 되살리는 방법이 만들어지지 않는 한 최선의 방법은 "끝날 때까지 계속 한다"입니다. 안 그러면 중단했을 때의 상태로 돌아 가는데 걸리는 부하가 늘어날테니까요. 그나마 조금 더 좋은 방법은 하나의 작업 단위를 작게 만들어서 빨리 끝나게 만드는 것입니다만 이건 이거 나름대로 힘든 일입니다.
제가 정말로 고민하는 건, 제가 하는 일과 약 200만광년 정도 동떨어진 일을 하시는 부모님께 이런 작업의 불연속성을 이해시키고 제가 늦게 잘 수 밖에 없음을 어떻게 설득시키느냐입니다. 아는 거랑 설명하는 건 서로 다르다고들 하죠. 아무래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제가 애초에 일을 잘게 잘 쪼개는 능력을 키우거나 아니면 이 얘기를 잘 설명할 수 있는 말빨(과 인내심)을 키우거나 둘 중 하나는 해야 할 겁니다. 둘 다 하면 좋겠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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