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차가운 이야기 2007/12/11 14:23 by inureyes

겨울입니다.

산골짝의 다람쥐 아기다람쥐가 도토리 점심가지고 소풍을 가던 가을은 지나갔습니다. 곧 겨울이 올테고, 소풍 다니느라 나무에 도토리를 가득 채워놓지 않았다면 곧 배고파 죽을겁니다. 가마솥에 쌀밥이 가득 들어 있다고 하여 밥을 퍼먹는 것에 정신이 팔리면, 쌀이 떨어지는 것을 알아챘을 때는 이미 눈이 한마당 쌓여 밖으로 나갈 수가 없게 된 후일겁니다.

뜬금없지만 텍스트큐브 1.6 트리를 잠시 놓고 텍스트큐브 2의 기반 설계와 구성요소 드래프트를 손대고 있습니다. 1.6을 내놓고 나면 바로 2.0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지만, 지난 1년을 교훈삼아 보면 그렇게 되지는 않을겁니다. 1.6.1도 나가야 할테고, 1.6.2도 나가야 하겠습니다. 유지보수에 신경을 쓰다가 보면 또다시 목표는 살짝 멀어질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렇다면 누군가 유지 보수를 맡는 동안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할 겁니다. 하지만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 때, 설계와 재료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결국 기반이 준비될 동안 많은 사람들은 할 일이 없어지게 됩니다. 그렇게 되지는 않아야겠죠.

위의 상황이 올해 9월 이후의 문서화 과정에서 일어 났었습니다. 문서화 전용 프로그램인 파피루스가 준비되지 않아서 대부분의 문서화 작업과 국제화 작업은 멈춰 있는 상태입니다. 멈춘 상태가 1주일이라면 사람들이 견딜 수 있지만, 3개월 가까이가 되면 열정이 식어버립니다. 파피루스는 아직도 제작 중이고, 문서화는 아직도 요원합니다. 그 사이에 생긴 차이점이 있습니다. 처음에 문서화 및 번역에 나서겠다고 하신 분들의 이야기가 아직까지도 유효할 지 전혀 장담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후 텍스트큐브 2.0의 코드에 있어서 그렇게 되는 것을 막으려면, 기반 부분의 준비가 더 늦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설계는 올해 봄부터였지만, 항상 지식에 있어서 부족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코드를 잘 짜는 부분의 문제는 아닙니다. 코드는 지금도 그다지 잘 짜지 못합니다. 사람은 아는 만큼 생각의 폭을 넓혀 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데이터'에 대해서 단순히 데이터베이스와 테이블 이런것 말고 무엇을 더 알고 있나 생각해보니 많이 아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좀 더 많이 알려고 대학원 데이터베이스 과목을 들었습니다. (과목에서 필요한 것 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부분들을 다루었기에 힘들었습니다......) 모르면 배워야 합니다. 알고 있는 말이지만 참 힘들었습니다.

배운 것들과 함께 여러가지 공부를 하고, 엉성하게나마 데이터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가능하면 텍스트큐브 1.6과 병행해서 개선시키고, 이후 텍스트큐브 2.0의 개발을 이 데이터 프레임웍 위에서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겨울이 오고 있고, 연구, 논문 작성, 텍스트큐브, 여행 등등 할 일의 리스트도 쌓여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름의 방법으로 겨울을 준비하는 중입니다.

'무엇이 세상을 움직이는가' 보다 훨씬 어려운 질문은 '무엇이 사람을 움직이는가' 라는 생각을 하는 요즘입니다.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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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reyes 입니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의 균형 맞추기를 하며 즐겁게 살고 있습니다. N/W에서는 구성을, TC에서는 교리 전파? 및 사회자?를 맡고 있습니다. 오전과 오후에는 물리학을, 저녁 시간에는 코딩을 하며 삽니다.
http://forest.nubimaru.com

2007/12/11 14:23 2007/12/11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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