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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6/18 길에서 스쳐간 두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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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스쳐간 두사람
따뜻한 이야기 2007/06/18 23:49밤 11시가 다 되어가는 늦은시간,
도로옆 인도를 걷고 있었습니다.
오늘따라 밤 기온도 높은 듯 싶더라구요.
벌써 열대야 현상이 일어나는건지 싶다는 생각을 하며,
약간의 언덕길을 오르면서 식은땀이 나는건지 날씨가 더워서 그런건지 숨이 차더라구요.
(몸이 많이 약해졌군.. 나이탓인게야.)
언덕의 끝에 올랐을 때,
신호등이 있는 사거리 그곳의 횡단보도엔 아직 빨간불이 비춰지고 있었습니다.
매번 다니는 길이라 이 정도 걸어오면 저게 녹색불로 바뀌리라 알고 있기에 헐덕이며 와서 그런지 늦어진 걸음탓에 더 빨리 횡단보도앞까지 다다라야겠다는 생각에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근데 그렇게 신호등만 언제 바뀔까하며, 걸음을 재촉하던 내 시선을 돌리게한 한 여자를 발견했습니다.
남자들이야 다 그렇잖아요.
뒷모습이 이쁘다던지, 개인적으로 생머리 긴 여자를 그리 좋아하진 않지만,
그 여자분은 머리를 뒤로 묶어 꽁지머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여자분들중에 심한 골반바지 입으면 앉았을 때 엉덩이 노출이 되곤하는 모습을 종종 보곤 합니다. -0-
그 여자분이 도로에서 인도에 걸쳐 앉은 뒷모습에서 그 상태가 보였으니, 당연 눈이 돌아가죠. '_';;
그 때까지도 몰랐습니다.
그 옆에 다른 한사람이 더 있었다는 것을. (오로지 그 이상한(?) 곳만 바라보았던지)
암튼 신호등이 바뀌면 바로 가야했기에 그 현장도 잠시, 바로 고개를 돌려 다시금 신호등을 주시할 때 쯤 어디선가 이상한 개 울음 소리가 들리는 듯 했습니다. 왜, 개 울음소리가 늑대 울음소리 비슷하잖아요. 아우~~ 아우~~ 하는..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아까 그 여자분이 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아니, 울고 있었습니다.
다시보니 아주머니였네요. 뭐 그건 그렇다하고, 그 때서야 옆에 6~7살 된 여자 아이가 있는게 보였습니다.
상황으로 보아 그 딸아이의 어머니인듯 싶었습니다.
어머니는 서글프게 소리내어 크게 울고 계셨습니다. 누가보면 흔히 미를 쳤다고 하는, 정신이 이상한 사람으로 보기에 딱 좋아보였지만,(물론 저도 첨엔 그 생각을 했었습니다.) 신호등과 그 여자분을 번갈아 보면서 다시금 그 곳을 보았을 때 어머니는 딸아이의 손을 꼬옥 잡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서글픈 일이 있었길래 딸아이 앞에서 눈물을 보여야 했을까요.
그렇지만, 딸아이는 말을 잃었는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어머니만 빤하니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신호등이 바뀌는 사이에 그냥 지나쳐버릴 수 있는 광경이었지만, 내심 다시금 부모님을 떠오르게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저 신호등이 바뀌면 나는 또 나의 길을 가겠죠.
그 분은 저기서 또 다른 길을 갈거구요.
사람들은 같은 장소에서 수많은 상황에 비추어 다른 일을 겪고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 여자분의 입장에서 또한 스쳐지나가는 나를 봤을까에 대한 상황을 바꿔서 생각도 해보구요.
그랬던게 신호등이 바뀌자 순식간에 다 잊어버렸습니다.
사람은 그런가 봅니다. 내가 중심이고, 내 주변은 나를 둘러싸고 있기에 그냥 스쳐지나가 버리는것일 뿐..
TNF / 역할 변화 / 역할 갈등
머리아픈 이야기 2007/05/16 04:26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역할(role)이 변하는 경우가 꽤 생깁니다. 거의 무조건적으로 생기는 경우들이 있는데, 민증이 나와서 의무들이 생기게 된다거나 아이를 가져서 부모님이 된다거나 하는 경우등이 그렇습니다. 살다보면 생기는 역할 변화입니다. 동시에 자신이 선택해서 역할이 변하는 경우들도 여럿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하느냐, 어떤 학교를 가느냐와 같은 자신의 선택(과 노력)으로 인하여 역할이 변하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굉장히 여러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Needlworks/TNF로 좁혀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원래 TNF에서의 제 역할은 '생각하기' 와 '예측하기', '코드 작성' 이었습니다. 그 중 가장 마지막 쪽이 비중이 컸습니다. TNF에서 저는 주로 코딩을 했습니다. 이게 좀 웃긴게, 컴퓨터공학과를 복수전공 하기는 했지만 원래 코더도 아니고, php의
경우엔 손을 댄 적도 없었었습니다. 태터툴즈때문에 조금 관심을 가졌다가 1.0의 첫 플러그인을 만들면서 건드리기 시작한 것이
본격적으로 php를 스크립트가 아니라 언어라고 생각하고 손을 댄 시점이 아닌가 싶네요. (덕분에 php를 c 프로젝트처럼
코딩하는 습관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작년에는 TNF와 관련된 거의 모든 시간을 태터툴즈 코드 만들기에 쏟았습니다. 태터툴즈 1.1 development alpha version부터 1.1 정식이 나오는 시점까지,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 복잡한 덩어리가 일단 돌아가도록 만드는 것이 지상 과제였지요. 그러다 코드에만 모든 신경을 쓸 수 없는 시점이 되었습니다. 혼자 짜는 코드가 아니고, 혼자 이룰 수 있는 목표가 아닌 이상 TNF라는 조직의 '조화'와 '방향'에 신경을 써야 하는 시점이 오게 되었었습니다.
작년 말부터 TNF의 진화를 위해 needlworks를 준비하면서 여러 가지를 결정하고 예측해야 할 일들이 많아졌습니다. 웹 -그리고 블로고스피어라고들 칭하는 무형식의 어떤 계- 에 대해서 굉장한 환멸을 느끼던 시기라 생각하는 시간은 길어지고 코드에 신경쓰는 시간은 줄어들었지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은 비슷해 보이지만 태평양만큼의 빈 공간이 그 사이에 존재합니다.
지금 needlworks에서의 제 공식적인 역할은 창조자creater가 아니라 리더이면서 균형자balancer입니다. 이름은 멋진데, 결국 코드 작성보다 페이퍼웍이 많아진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텍스트큐브 개발 사이트 (http://dev.textcube.org) 의 타임라인은 여전히 제가 정체성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균형자가 '해야 하는 일' 이라면 창조자는 '재미있는 일' 입니다. 그 사이의 밸런스를 어떻게 맞추어 가는가, 둘 사이의 역할 갈등을 어떻게 줄여 나가는가가 지금 마주한 큰 문제중 하나입니다. 동시에 대학원생이고 연구자로서의 역할과 needlworks의 일원으로서의 역할 사이에서도 가끔 갈등이 일어납니다. (둘 다 끝없이 시간을 요구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 사이의 갈등을 줄이는 것도 굉장히 큰 일입니다.
needlworks에서의 역할인 balancer가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들을 얼마나 잘 균형 맞추어 나가는가가 제게 주어진 올해의 가장 큰 숙제가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아마, 모두에게 가장 큰 숙제이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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