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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7/11/16 오픈소스 활동을 바라보며 2

시간의 흐름, 그리고 오픈소스

따뜻한 이야기 2008/10/13 01:55 by daybreaker

최근 모종의 일(?) 때문에 우분투를 본격적으로 써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뭐, 그동안 데비안이나 우분투를 서버용으로 오랫동안 사용해왔기 때문에 새삼스런 일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데스크탑 운영체제로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실제 작업 환경을 구축하는 일이라 좀더 다른 의미가 있지요.

제가 데스크탑 버전을 마지막으로 써본 것이 우분투 6.x 시절입니다. 노트북에 멀티부팅으로 깔아서 잠깐 써봤던 정도이고, 아직 본격적으로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었습니다. 절전 모드 동작이 불안하다든지, 당시만 해도 소리가 나오게 하기 위해 설치 후 잡다한 삽질을 해야 했다든지, 특히 설치 직후 한글 입력과 미려한 한글 글꼴 사용을 위해 이것저것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관련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래도 한두 시간의 삽질로 해결할 수 있겠지만 전혀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나 일반 사용자들의 경우엔 접근하기 어려웠고, 우분투를 주 운영체제로 사용한다는 건 일종의 모험 같은 것이었습니다.

시간이 흘러흘러 2년여가 지났습니다. 약 2년 전부터 듀얼코어급 데스크탑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학교에서 라이센스를 나눠준 Windows Vista를 써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얼마 전 새 하드디스크를 구입하게 되었고, 그동안 가상머신에서 깨작깨작(...) 가지고 놀던 우분투를 멀티부팅으로 제대로 깔아볼 수 있었습니다.

우선 놀라운 것은 별다른 설정 없이, 설치 과정에서 한글 키보드 레이아웃을 선택한 것만으로 한영 전환이 기본으로 동작했다는 점입니다. 한글 윈도우를 쓴다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리눅스에서는 아직까지 당연한 게 아니었습니다. 제가 할 일은 두벌식 대신 세벌식을 쓰도록 바꾸는 정도 뿐이었습니다. 글꼴 또한, 최근 배포되기 시작한 NHN의 나눔 시리즈나 아리따체 등 기본 은글꼴 시리즈 외에도 선택의 폭이 커져 보다 미려한 화면을 볼 수 있게 되었지요. (특히 나눔고딕의 경우 우분투에서 웹페이지 기본 글꼴로 아주 잘 어울립니다.)

ubuntu-screenshot

우분투 듀얼모니터 적용 스크린샷

게다가, Windows Vista도 한 번에 잡지 못했던 8800GTS 그래픽카드 드라이버도 독점드라이버 사용 클릭 한 번으로 해결했고, 고급 사용자들만이 성공할 수 있었던 무한한 삽질(-_-)의 듀얼모니터 설정 또한 nvidia-settings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아주 간단하게 끝마칠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 절전·최대절전모드까지 완벽하게 동작하고 있습니다. ㅠ_ㅠ

이제 윈도보다 설치가 간단해진 것 같습니다. 웹브라우저, 오피스, 통합 메신저 등이 기본으로 깔려 있기 때문에 개발자처럼 특별한 소프트웨어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설치 후 기본 UI 글꼴, 바탕화면 그림 등 몇 가지 손보는 것 외에는 별로 할 일이 없습니다. 다만, 오픈소스 운영체제의 특성상 처음부터 독점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수 없기 때문에 mp3를 처음 재생할 때 코덱 설치 안내가 뜬다든지 그래픽카드 드라이버도 한 번 더 클릭해서 활성화해줘야 하는 단점은 있지만 어차피 윈도우 깔고 나서도 칩셋 드라이버며 온갖 드라이버를 깔아야 하는 수고스러움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더 간단합니다. 그래픽 드라이버 쪽에서 아직 독점소프트웨어에 의존해야 하는 부분은 있지만, ATI도 오픈소스 드라이버 발표를 확정했고(아직까지 ATI보다는 nVidia 쪽이 리눅스에서 쓰기 편합니다), nVidia의 리눅스 드라이버 지원도 잘 이루어지고 있어 사용자 입장에서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사실 아주 초창기 때는 리눅스의 그래픽 환경을 사용하기 위해 자기가 가진 모니터와 그래픽카드가 지원하는 수직·수평 주파수 값을 알고 있어야 했을 정도니 사용자들이 쓰기엔 요원해보이는 적도 있었습니다.

저는 놀랐습니다. 하나의 철학으로 시작한 오픈소스 운동이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치며 리눅스를 탄생시키고 그것이 점점 발전하여 이제는 정말로 사용자 입장에서 쓸 만한 그 무엇이 되었다는 것에 말이죠. 물론 우분투 뒤에는 엄청난 재력가인 마크 셔틀워스의 든든한 후원이 있었기는 합니다만 기본적으로 오픈소스 철학 하에 만들어지고 있고 그의 지원이 없었어서 시간이 더 걸렸더라도 결국엔 이렇게 발전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무튼, 이제 슈프림 커맨더와 같은 윈도우 전용 게임을 하거나 비주얼 스튜디오 개발을 하지 않는 이상 우분투를 메인으로 써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터넷 뱅킹과 전자상거래를 이미 모든 웹브라우저에서 이용할 수 있는 유럽에서는 실제로 우분투를 메인 운영체제로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스웨덴 교환학생할 때 기숙사 같은 층 친구도 우분투를 데스크탑 운영체제로 사용하고 있었지요. (아, 한국의 IT 현실이 이럴 때 특히 안타깝습니다.) 자신의 용도에 맞추어, 굳이 상용 제품 없이도 컴퓨터 생활을 할 수 있는 세상을 리눅스와 우분투가 열어주었습니다.

상용 소프트웨어들도 그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습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따질 수 있는 창구가 존재한다는 점이 대표적이겠죠. 하지만 이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들도 상용 소프트웨어만큼의 기능·성능을 가지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기업들이 독과점할 수 있는 여지를 줄여버렸습니다. 따라서 오픈소스의 존재로 인해 상용 제품을 파는 기업들은 계속해서 부단히 노력해야 할 수밖에 없고, 이는 소비자 입장에서 보다 다양한 선택권을 주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니들웍스의 모토 또한 그러한 웹의 다양성 유지·확보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죠. 텍스트큐브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나 생소한 개념이었던 블로그를 비교적 손쉽게 설치하고 사용해볼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였고, 이는 우분투와 같이 독점 서비스들에 대한 훌륭안 대안재가 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그만큼 더 분발해야겠다는 책임감도 생깁니다.

저는 가끔 생각합니다. 단순히 지식정보화시대라는 낱말로 표현되지 않는 오픈소스가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어떻게 변화시키게 될지에 대해 후대의 역사학자들이 어떻게 평가할지 말이죠. 인류가 수백, 수천년 후에도 계속 번영한다면 아마도 굉장히 특이한, 굉장히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상 갑자기 쓸데없는 감상(...)에 젖어본 우분투 사용자(...)였습니다;;;

ps. 여기서 '독점'이란 단어는 단순히 시장을 장악한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폐쇄적인 라이선스·약관을 가진 경우도 포함합니다.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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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breaker(아침놀)입니다. 현재 KAIST 전산학과에 재학 중이며 전산 외에도 물리, 음악, 건축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Needlworks 내에서는 각종 홈페이지 제작 및 서버 관리 등과 함께 Textcube 개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 : http://daybreaker.info

2008/10/13 01:55 2008/10/13 01:55

오픈소스 활동을 바라보며

머리아픈 이야기 2007/11/16 02:17 by daybreaker

왜 저는 여기에 글을 쓰면 거의 항상 심각한 글만 쓰게 되는 걸까요.. -_-;;
각설하고 오늘도 이야기 하나 풀어볼까 합니다.

얼마 전 제가 있는 동아리인 SPARCS에서 워크샵이 있었습니다. 그때 제가 발표한 주제가 "학생으로서 오픈소스 활동에 참여하기"였지요. 워낙에 벼락치기로 준비했던 발표라서 원했던 수준의 퀄리티는 나오지 못했지만 다행히 발표에 대한 평가는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 발표에서 중점을 두어 이야기한 내용 중에 '오픈소스 참여자들은 굉장한 신뢰 기반의 커뮤니티를 이룬다'는 것이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얼굴도 모른 채 이뤄지는 온라인 상의 만남으로 시작하여 공통의 관심사와 필요성에 의해 엮어지는 대개의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생각해보면 다른 참여자들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그 사람이 이상한 짓을 하지 않을 것이다(-_-)라는 믿음이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발표할 때 지난 봄학기 때 들었던 소프트웨어공학개론 수업의 내용이 실제 오픈소스 활동에서는 도움이 별로 되지 않은 것 같다는 것을 언급했었는데 끝나고 나서 당시 조교를 했던 한 선배분과 술자리에서 얘기를 했습니다.

그  선배의 말을 들어보니 오픈소스 커뮤니티는 소프트웨어공학 쪽에서도 꽤 관심있게 바라보고 있는 것 중에 하나라고 하더군요. 그말인즉슨, 오픈소스 커뮤니티는 회사와 같은 조직에서 이루어지는 개발 활동과 많은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밥벌어 먹고 살려고 하는 활동이 아니라는 점, 따라서 강제력이 거의 없다는 점, 스스로 재미있어서 말리는(!) 일이라는 점이 기존 소프트웨어공학에서 깔고 있는 가정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거지요.

당장 니들웍스만 보더라도, '코드로 대화가 가능하다' 수준에 도달해버렸으니 문서화가 의미 없게 됩니다. -_-; 물론 사용자들을 위한 매뉴얼 작성이나, 신규 멤버의 유입을 위해 어느 정도의 문서화가 필요하고, 그것을 위해 현재 graphittie님이 열심히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시지요.; 뭐 꼭 그런 것뿐만 아니라 SE에서 제시하는 다양한 방법론들이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는 다소 다르게 적용되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한편, 신뢰에 기반한 커뮤니티가라는 점이 좋게 말하자면 그렇지만 나쁘게 말하자면 폐쇄적이라는 뜻도 됩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신뢰를 얻어 핵심 멤버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뜻이고 신규 개발자의 유입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오픈소스 프로젝트의 경우는 그 자체로서 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참여를 원하는 사람들이 계속 생겨나지만, 그 단계에 다다르기 전에 최초 개발자들이 개인 사정으로 바빠진다거나 하여 흐지부지되는 경우는 망하기 딱 좋은 조건이 되죠.

무엇이든 지나치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신뢰가 필요하긴 하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폐쇄적으로 변할 수 있겠지요.

*

오픈소스를 보면서 IT 기술이 가져다 준 의식의 변화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생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끼리 하나의 목표를 향해 일하면서 결과물을 낼 수 있다는 것은 인류 역사에 있어 정말 대단한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그래도 사람-_-인지라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오프라인 모임을 가지며 서로 끈끈한 유대 관계를 형성하게 되기는 합니다만 근본적으로 그러한 출발은 대개 온라인에서 이루어지지요. 그리고 그런 사람들 사이의 유대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예전엔 불가능했던 것이기도 하구요.

이제 막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지 10년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에 우리의 사고 방식에 몰아친 변화를 생각하면 가히 놀랄 만한 일입니다. 오픈소스를 비롯하여, 앞으로는 또 어떤 패러다임과 사상이 등장하게 될까요? 또한 그것을 받아들이고 유용하게 사용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변해야 할까요?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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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breaker(아침놀)입니다. 현재 KAIST 전산학과에 재학 중이며 전산 외에도 물리, 음악, 건축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Needlworks 내에서는 각종 홈페이지 제작 및 서버 관리 등과 함께 Textcube 개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 : http://daybreaker.info

2007/11/16 02:17 2007/11/16 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