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05/14 예외 처리는 언제나 확실하게! 1
  2. 2008/05/03 시간 1

예외 처리는 언제나 확실하게!

머리아픈 이야기 2008/05/14 10:06 by daybreaker

정말로 오랜만의 글이로군요. 간만에 재미있는, 그러나 슬픈(...) 삽질기를 하나 들려드릴까 합니다. ㅠ_ㅠ

지금 스웨덴 교환학생의 가장 마지막 관문(?)으로 Musical Communication and Music Technology라는 매우 긴 이름을 가진 과목의 기말 프로젝트를 하는 중입니다. 발표는 오늘(!)이지만 프로젝트 기간 자체가 워낙 짧았던 데다 같이 하는 애들이 지난 주에 시험이 계속 겹치는 등의 이유로 실제 진행은 거의 3일 벼락치기로 하는 중이지요;;;

과목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프로젝트 내용은 상당히 '미디어 아트'적인 내용입니다. 과제로 했던 Lab에서 마지막에 했던 것이 실시간 비디오프로세싱 프로그램인 EyesWeb을 이용하여 사람의 동작을 웹캠으로 찍어 음악을 컨트롤하는 내용이었는데, 그것을 좀더 확장하기로 한 것이지요. 처음엔 막연히 뭘 더 넣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요즘 한창 유명해진 니코니코조곡 오토마리오 버전 동영상을 보고 실제 몸의 움직임을 추적하여 실제 사람이 연기하는 마리오를 만들면 재밌겠다 싶어서 그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그게 어젭니다-_-)

수업 때 소리를 컨트롤하는 프로그램으로 실시간 소리 합성이 가능한 오픈소스 사운드 프로그래밍 툴인 Pure Data를 이용했는데, 이게 사운드 생성은 쉬워도(?) 기존에 녹음된 사운드를 재생하는 것이 난감하더군요.; 그래서 EyesWeb에서 Open Sound Control(이하 OSC)이라는 프로토콜을 이용해 UDP로 쏴주는 메시지들을 직접 받아 소리 재생을 하는 프로그램을 짜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자, 서론이 길었습니다.<br/> 제가 요즘 유용하게 이곳저곳 잘 써먹는 Python을 이용하기로 했고, 크로스플랫폼 소리 재생을 위해 pygame 라이브러리를 써서 쉽게 소리 재생을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OSC 프로토콜을 파싱해주는 것도 이미 Python으로 구현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 라이브러리를 가져다 쓰니 통신도 금방 구현할 수 있었지요. 근데 갑자기 어느 순간부터, EyesWeb에서 계속 쏴주고 있는 UDP 데이터를 못 받고 block되어버리는 겁니다.

EyesWeb 문제인가 싶어서 데이터 전송 속도를 줄여보기도 하고, 파일을 새로 만들어보기도 했고 윈도우 문제인가 싶어서 방화벽에 UDP 포트 추가도 해보고 심지어 패킷스니핑 프로그램까지 썼습니다.;; 또 OSC 라이브러리 문제인가 싶어서 멀티쓰레드로 된 구현을 싱글쓰레드로 바꿔보기도 하고 별의별 짓을 다 해봤지요. 일단 혐의(?)는 소켓 쪽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여기가 스웨덴이다보니, 저보다 Python을 잘 하시는 퍼키군님과 같은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요청하자니 다들 자고 있을 시간이더군요. -_-; 혼자 힘들게 구글링하며 온갖 삽질을 다 하다가, 결국 가장 원시적인 디버깅 방법, 즉 print 찍어보기를 해봤습니다. 그리고 1분만에 좌절했습니다. (........)

원인은 세 가지였습니다.

  • pygame.mixer.get_busy()를 이용해 현재 재생 상태를 알아내는 부분이 있는데, is_busy()라는 잘못된 이름의 함수를 썼습니다. (이건 전적으로 제 잘못입니다..orz) 근데 이 부분이 항상 실행되는 게 아니고, 받아온 모션캡처 데이터에 따라 반랜덤하게 실행되는 곳이었죠.
  • OSC 라이브러리가 멀티쓰레드로 돌며 제가 지정한 핸들러 함수를 호출해주는 방식이었습니다. 따라서 그 안에서 뭔 일이 발생하여 죽더라도 프로그램은 죽지 않았습니다.
  • OSC 라이브러리 내부 코드에서 핸들러를 호출하는 부분을 try-except 구문이 둘러싸고 있었는데, 그 except 구문에 어떤 예외를 받을지 지정이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즉, 모든 예외를 다 받겠다는 것이었죠.

자, 이쯤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요?

잘못된 이름의 함수를 썼으니 당연히 예외가 발생하여 프로그램이 죽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예외를 라이브러리 코드 내에서 먹어버렸고, 불행히도 그 try-except가 소켓 데이터를 읽는 while 루프 바로 바깥이라서 루프가 종료되고 결과적으로 해당 쓰레드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정상 종료'를 했습니다. 하지만 메인 프로그램은 계속 돌고 있었죠. 화면에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 잘못된 함수를 호출하는 순간은 제가 카메라 앞에서 어떤 동작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니 에러가 랜덤하게 발생하는 것처럼 보였던 겁니다. (위에서, 싱글스레드로 바꿔보기도 했다고 썼는데, 이 경우에도 랜덤 발생으로 보였던 겁니다. 게다가 프로젝트 듀가 급하니 마음도 급했던지 차분하게 생각하지 못했던 것도 문제였죠.)

그래서......인생이란 삽질인 것입니다. OTL

여러분, 저같이 애꿎은 사람 희생시키지 마시고 예외 처리할 땐 어느 예외를 받을 것인지 항상 확실하게 지정하는 습관을 들입시다~ ㅠ_ㅠ

필자
author image
Daybreaker(아침놀)입니다. 현재 KAIST 전산학과에 재학 중이며 전산 외에도 물리, 음악, 건축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Needlworks 내에서는 각종 홈페이지 제작 및 서버 관리 등과 함께 Textcube 개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 : http://daybreaker.info

2008/05/14 10:06 2008/05/14 10:06

시간

따뜻한 이야기 2008/05/03 00:30 by inureyes

저녁에 silvester님과 챗을 했습니다. 그냥 물리학 이야기였습니다만, 답변을 하던 도중에 무선 키보드의 전지가 나가 버렸습니다. (죄송) silvester님의 경우 고등학생이기도 하고, 중간고사 기간이라 바쁠텐데 실험을 하고 계시더군요. 아마 고등학교 프로젝트? 같은 것인듯 했습니다.

박사 2년차부터는 의무적으로 가르칠 필요도, 배울 필요도 없습니다. 학부 학생들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치면서 동시에 배우기도 하는 물리학 석사나 박사 1년차와는 조금 다른 점입니다. (물론 박사 2년차까지는 수료를 위해서 수업을 들어야 하긴 합니다.) 이젠 시험 공부를 하다 보면 새로운 지식을 더 집어 넣는 것이 갈수록 시간을 더 요하는 것을 느낍니다. 갈수록 지식의 종류나 분야가 복잡해지고 다양해지기 때문이겠습니다. 원래 이 연차쯤 되면 지식을 더 집어 넣는 것에 치중하기 보다는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만, 아직까지 '모르는 것'들에 대한 미련을 못 버려서 계속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면 여러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가끔 하는 생각 중 하나가 '딱 한달만 자유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한 달만 '코딩만 해도 된다면' 뭘 만들 수 있을까? 혼자서 생각하고서는 노트에 막 적어 놓고 좋아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충분하지 않지요. 그래서 보통 노트 안의 것들은 그 안에 남아서 잠자게 되거나, 아니면 긴 시간을 두고 하나씩 세상에 나옵니다. 텍스트큐브에 넣고 싶은 희한한 기능들도 노트에 여럿 들어있습니다. 이건 꼭 해야겠다 싶은 내용은 티켓에 등록해놓고, 나머지는 공책에서 잠자거나 메일로 날아갑니다.

그런데 정말 한 달이 생기면 원없이 텍스트큐브 코딩이나 플러그인 만들기를 할까요?한 달의 시간이 있다면 아마 한 달을 몽땅 써야 할 수 있는 일이 따로 보일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노트를 채우는 희한한 아이디어들은 압박이 없으면 나오지 않는 종류의 것인지도 모르지요.

'비어있는 한 달'을 꿈꾸면서 언젠가는 그런 시간이 생기는 날이 오겠구나 합니다. 그런 기대와 상상을 하기 때문에 그 날을 위해? 또 물리학 연구를 하게 되고, 공부를 하다가 머리가 터질 것 같으면 텍스트큐브 코드로 도망을 갑니다. 어쩌면 그 두가지는 일과 취미처럼 상보적 관계를 이루고 엉켜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제리가 없으면 톰이 참 심심한 것 같이 그렇게 말이지요. 시간은 흘러가고, 바쁨의 정도도 그에 비례하여 커지지만 그래도 용케 방향을 잡고 두가지를 모두 해 내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는 조금 더 생각을 해 보아야 답을 알 수 있을 문제 같습니다.

필자
author image
inureyes 입니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의 균형 맞추기를 하며 즐겁게 살고 있습니다. N/W에서는 구성을, TC에서는 교리 전파? 및 사회자?를 맡고 있습니다. 오전과 오후에는 물리학을, 저녁 시간에는 코딩을 하며 삽니다.
http://forest.nubimaru.com

2008/05/03 00:30 2008/05/03 0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