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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와 Textcube

따뜻한 이야기 2007/05/23 02:27 by graphittie

저는 이상하게도 성격상 남한테 배우는 것을 하지 못합니다. 대학생 시절에도 이것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지요. 강의 역시 남한테 배우는 것이기 때문에 제 머리 속에 강의내용이 제대로 자리잡기는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수강할 과목을 한 학기 전에 정해두고 한 학기 동안 해당 과목에 대해 공부한 후 강의시간에 공부한 내용을 복습하는, 희안한 대학수강패턴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때는 단순히 '나는 혼자 공부하는 타입인가 보다'라고 생각하고 말았지만, 지금 되새겨 보면 배움의 적극적 행위를 즐기는 성향이 원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같은 내용을 공부하더라도 TV 강의나 인터넷 강의는 집중력이 떨어지는데 반해 독서와 사고에 의한 학습은 스스로 즐기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효과가 좋았습니다. 아마도 이것은 TV와 인터넷 강의의 수동적 성격 때문이라고 생각되는데, 이 미디어들은 그저 쳐다보고만 있으면 머리 속에 정보를 구겨 넣어주는 피동적 학습을 제공한다는 공통적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에 비하여 독서는, 책을 고르는 행위와 책장을 넘기는 행위, 눈동자를 움직이는 행위 등 여러가지 복합적인 적극적 행동들이 모여 학습을 이루기 때문에 배움의 적극적 행위를 즐기는 저의 생활에서 독서는 언제나 핵심적인 미디어 역할을 해왔습니다[footnote]교주님 정도는 아니지만요.[/footnote].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에 책이 사랑받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책이 책장에 하나씩 늘어가는 것을 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겠군요.

현대는 문명의 이기(利機)가 너무 많아 오히려 사람들 피동적으로 만든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편리하다는 것은 '쉽다'는 말로 이어지고, '쉽다'는 말은 '간단하다', '노력 없이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문맥으로 통하게 되기 때문에 결국 손가락 하나 까딱하면 문명의 이기들이 알아서 정보를 떠먹여주는 정보습득의 유아 상태가 필연적으로 만연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역시 서비스업체의 기본 마인드가 '사용자의 편의'에 촛점을 맞추고 있으므로 좋은 서비스는 '사용자를 피동적으로 만든다'고 하는 위험한 공식으로 연결되게 됩니다. 특정 서비스에 종속되지 않는 설치형 블로그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이와 같은 맥락으로도 해석이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TNF의 활동에 참여하면서 하고 싶은 것 중 하나가 제가 책을 읽을 때 느끼는 능동적 행위의 즐거움을 Textcube 사용자들에게도 느끼도록 하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글을 쓰고 싶게 하는 툴을 만들자'고 할 수 있을까요. 제가 책을 읽으면서 적극적 행위를 즐기는 것처럼, 사용자 분들도 Textcube로 글을 남기면서 글을 쓰는데 필요한 행위들을 즐길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Textcube로 글을 쓰면 즐거워진다'라는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요.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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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edlworks에서는 HTML, CSS, UI, 디자인(LonnieNa님 백업) 및 문서화에 관련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주요 관심사는 웹 표준과 웹 접근성입니다만, 아직도 아는 것이 없어 항상 뒤집기를 반복하는 생선구이처럼 좌불안석이군요.
현재는 Textcube와 Papyrus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007/05/23 02:27 2007/05/23 02:27